“남자 나이 60대 중반이면 일한 나이에요. 그런데 남편은 일을 너무 빨리 놓았어요. 앞으로 평균 나이 90대를 산다고 하잖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불안해요. 벌이가 없으면 사람이 위축돼요. 그래서 가진 돈을 최대한 절약해야 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아요.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이런 것들을 너무 편하게 누리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두명의 아이들에게 유학다 시켰죠. 집 한 채씩 사 주었지. 지금도 부동산이 있어 고정적으로 월세가 나오긴 해요. 연금도 좀 나와요. 그런데 불안해요. 언젠가는 중단될 것 같아요. 그래도 주변에 있는 다른 노인들에 비하면 상환은 좋은 편인데 말이에요.”
고정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에다 연금도 있는데 노후 돈 걱정을 다 한다. 돈 걱정은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욕심에서 나온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니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노후에 그정도면 중산층 이상입니다. 자식에게 교육의 의무 다하셨고, 집도 한 채씩 사 주셨잖아요. 월세 나오는 부동산 있고, 연금도 나온다니, 이 땅의 모든 중년들이 원하는 노후의 로망을 이루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돈이 없어 못할 것은 없잖아요. 그런데 무슨 돈 걱정을 한단 말이에요. 당신이 돈이 없어 불안하다면, 대한민국 노인의 80% 이상은 범 불안장애에 걸려야 한단 말인가요.
노후에 생활대책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더 벌지 못하여 불안한 겁니다. 부인이 지금까지 돈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욕심쟁이셨지요?’
나는 딸이 엄마 상담을 요청하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저희 부모님은 장사로 돈을 버신 분이에요. 모든 것의 가치 기준이 돈이에요. 자식들 결혼 상대의 첫째 조건도 돈이었어요. 심지어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의 경제사정도 유도질문으로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가난한 집 자식이면 깊이 사귀지 말라 하셨을 정도에요.”
돈에 집착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보다 돈을 더 사랑한다. 그들은 돈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그들은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쌓아두어 은행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이들에게 돈은 자기이다. 돈과 자기가 동일시된다. 달리 말하면 자기의 욕망을 돈에 투사한다. “돈이면 만사 OK"의 속물근성이 나온다.
돈이 많은 분들은 돈 때문에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기도 한다. 40대 초반에 남편과 사별하여 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지인이 있다. 그 분은 3남매를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식들 외에는 어떤 곳에도 돈을 쓰지 않았다.
재산은 점점 불어나는데, 이상하게 돈 걱정도 함께 불었다. 그 분은 자신을 위해서는 보약 한 재 먹는 것도 손을 떨었다. 나이는 60대 후반인데, 벌써 온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유모차를 끌고 가까운 곳이나 겨우 외출을 할 정도이다. 몸 관리를 너무 안 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돈 싸들고 죽을 사람“이라 한다. 돈을 자기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다.